목       차

1. 구절판의 아름다움
2. 샤브샤브냐? 토렴이냐?

 





구절판이라고 아시죠?

말 그대로 아홉 개로 나누어진 그릇모양을 본떠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운데 팔각형에 밀쌈을 놓아두고 둘레에는 여덟가지 소를 차려내는 음식으로 일상식보다는 경사에 많이 쓰이며 여덟가지의 각기 다른 음식과 색깔을 연출함으로서 어찌보면 음식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조형물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죠.

음식세상을 쓰기 시작하면서
굳이 한식...그것두 구절판을 택한 이유는요.
한식당 만나에서 최근 다시 한정식을 시작하려구 이것저것 조사를 하다보니
구절판이 얼마나 멋진 음식인지를 알 게 됐거든요.
그래서 여러분께도 알려드리려구요....^^

우선 아홉이라는 숫자가 너무도 매력적입니다.  우리 한국인은 "아홉"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구족(9族)하면 모든 백성을 의미했고 구천(9天)은 우주를 뜻했고 임금님이 사시던 궁궐을 구중궁궐이라고 불렀습니다. 제일 높은 권세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집을 지을 때도 100칸자리 집을 짓는 것이 아니고 99칸으로 지었거든요.

구절판....가득채우지 않으려는 순박한 겸손함과 그럼으로써 도리어 완벽을 추구하는 여유가 조그마한 팔각합에 숨어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를 더더욱 뾰~~옹가게 한 것은요.
꽃자물쇠라는 멋진 풍취까지 겸한 음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언젠가 소설 "대지"의 작가인 펄벅여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구절판을 보고 극찬을 했었다고 하네요.  잘 차려진 교자상 한복판에 여덟모가 난 칠흑의 상자가 놓여있고 그 위에 얌전히 자리한 꽃 한송이가 여사의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는 것입니다.
주빈을 극진히 대접한다는 의미에서 구절판위에 꽃을 올려 놓은 다음 주빈이 꽃을 들면 구절판의 덮개를 열 게 되는 것이죠.  이것을 신호로 구절판에 곱게 차려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펄벅여사는 불신과 적대에서 생긴 자물쇠라는 물건이 믿음과 호의와 평화의 상징물로까지 승화되어 있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극찬한 것이죠.

이 얼마나 멋집니까?
칠흑의 팔각합에 숨어있는 대범한 겸손함...
거기에 그날의 주빈이 꽃을 집어드는 아스라한 풍취...

구절판이야말로 한국 전통음식의 백미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