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맨의 첫키스  ( 2 )


 

 

생일 몇일전부터 모든 것을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도깨비시장에 가서  프랑스제 고급향수를 사구
신촌근처의 꽃가게를 물색해서 어떻게 포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연구해놓았습니다.

 

그리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장소......
자연스럽게 뽀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사면팔방이 은폐되어있으면서도 ㅅㅎ의 방어본능을 자극하지 않을 만한,
그런 레스토랑의 물색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공연히 사람찾으러 온 것으로 가장하여 신촌일대의 레스토랑 50여곳을 탐색한 결과
(물론 그 중간중간에도 밀실이 있는 곳은 발견했었지만 "베스트"를 찾았던거죠)
'미르'라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고박사냉면집근처에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드디어 거사 당일.


ㅅㅎ과의 약속시간 3시간전에 미리 신촌에 갔습니다.
미리 "미르"에 가서 모종의 조치를 취해놓고 ㅅㅎ을 만났습니다.
평생 한번있는 20살의 생일에 잔뜩 기대를 하고 이쁘게 차려입고 나온 ㅅㅎ은
아무런 선물도 들고 있지 않은 저를 보고 이상한 듯이 물었습니다.

 

그녀 : "어? 그냥 나왔어?"


우동 : "뭐라구?  그냥 나오지. 뭐.....왜 그래. 오늘 무슨 날이야?"

 

ㅅㅎ은 자기 입으로 자신의 20번째 생일임을 알리는 것이 쑥스러웠던지
소개팅을 해준 제 친구를 통해 자기 생일날짜를 알려줬었거든요.
나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었는데
내가 생일날 만나자고 하니까 당연히 생일잔치를 하는 줄 알았던 겁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녀는 잔뜩 삐졌죠.

 

 

우동 : "왜그래. 말을 해야 알거아냐?  왜 이렇게 화를 내구 그래?"


그녀 : "............"


우동 : "그러지 말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녀 : "............"


우동 : "시장에 가서 순대나 먹을까?  너 돼지 혓바닥 좋아하잖아."


그녀 : "............"

 

 

그렇게 무섭게 째려보는 건 처음 봤습니다.

 

 

우동 : "헤헤헤.  순대싫어?  그럼 뭐먹을래?"


그녀 : "................"


우동 : "에잇. 그럼 그냥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17번째 식당으로 가는 거야. 어때?"


(저는 미리 ㄱㄱ분식점부터는 15번째, ㄴㄴ화장품가게부터는 13번째, ㄷㄷ오락실부터는 7번째임을 외워두고 있었습니다)

 

 

대답도 하지 않고 삐쳐있는 그녀를 잡아끌면서 "하나, 둘, 셋....."
하고 세면서 도착한 곳은 당연히 "미르"였습니다.
미리 정해놓았던 자리에 앉았습니다.

 

삐져서 말도 안하고 돌아앉아있는 그녀.......

일부러 더 약을 올렸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데....말을 해야 알거아냐."
"너 지난 번에 순대집갔을 때 돼지건지 니껀지 구분안돼서 잘 못 씹으면 어떻하냐구 놀려서 그래?"
"지난번에 니가 좋아하는 낚지볶음에 내가 침뱉어서?   그래두 결국은 니가 다 먹었잖아"
"미팅있었냐? 오늘따라 완전히 삐까번쩍으로 입고 나왔네..."

 

평소같으면  수퍼메가톤급 펀치가 나올만도 했는데

너무 열을 받아서인지 그냥 울먹이면서 뛰쳐나가려고 하더군요.

간신히 붙잡아 다시 자리에 앉힌 후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1분후......

 

짠짜라짠짜~~ㄴ
"오늘 스무번째 생일을 맞은 ㅅㅎ씨 축하드립니다.  축하음악 띄워드리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절라 촌스럽기두 하기는 하지만 그때만 해도 다들 그렇게 했습니다.

 

그 비싸고 깐깐한 김충복제과점에 사정사정을 해서
초코렛으로 "ㅅㅎ아, 생일축하해"라고 쓴 케익이 들어오고
(워낙 못써서 제가 직접 쓴 것임을 금방 알았답니다)
뒤이어 장미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들어오는 우동맨......
폭죽이 터지고 샴페인이 터지고...........
스무개의 촛불이 타오르는 속에 기타를 맨 웨이터들의 축하송

 

가뜩이나 똥그란 눈이 더 커지면서 그녀는 울기 직전이었습니다.
저의 애틋하고 정성어린 준비에 너무 감동을 받은 겁니다.

     

"나눈...그렁 거뚜....모루구........괘니.....으앙~~~"

 

효과 100%,  작전 대성공이었습니다.

향수하구 장미꽃을 줬으니까.........

바야흐로  마지막 선물을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ㅋㅋㅋ.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안심에 칼질을 하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일단은 ㅅㅎ의 옆자리로 옮겨 앉아야 할 텐데.....'
'언제쯤 그녀의 옆자리로 옮기면 될까?'
'화장실을 다녀오는 척하면서......."
'에잇. 그런데 왜 하필 옆자리에 꽃다발하구 외투를 벗어놔서...'
'왜 여기에 앉느냐고 물어보면 뭐라구 하지?'

  

일단 옆자리로 옮겨 앉기만 하면..........

나의 정성에 감동된 ㅅㅎ은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녀의 눈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오른손으로 빰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다가가면서
눈을 감고 천천히...........아그그그그~~~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드뎌 저는 첫키스를 하게 된 것입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께."

 

화장실에 가서 미리 주머니에 넣어온 치약과 칫솔을 꺼냈습니다.
일부러 오늘 하루종일 김치도 안먹구 안심에 곁들여 나온 구운 마늘도 안먹었지만
그래도 불안해서 칫솔을 가지고 왔었던 것입니다.
랄랄라 룰룰루하면서 이빨을 닦구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왜 일루 앉어?"
      

여러번 연습해두었습니다.


"너랑 쪼금이라구 가까이 있구 싶은 내마음 몰라?"

 

쓸데없는 말 몇마디를 한 후 그녀를 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거 있지 않습니까....
영화를 보면 깔깔거리고 웃다가 남자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상대편을 응시하면
여자도 웃음을 멈추고 서로 그윽한 눈빛으로 응시하다가 사르르 눈을 감고............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자 ㅅㅎ은 일순간 어리둥절해하더군요.
하지만 곧 ㅅㅎ도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앗싸 가오리!!!!!!!!!!'

   
ㅠㅠ.....이제 다 됐습니다....고지가 바로 앞입니다.....

 

눈을 감으면서 천천히 다가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ㅅㅎ이가

 

"ㅋ.ㅋ..크...크....큭.....큭.....푸하하하하~~~~~~"

하면서 웃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당황한 저는
"야....왜 그래?" 하고 물었지만
그녀는 일단 터지기 시작한 웃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미친 듯이 웃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너지는 분위기를 되살려보려고 저는 필사적이었습니다.

 

"왜그러는 거야?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너의 해맑은 그런 웃는 모습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지도 몰라."
"10월 8일이 있다는 게 너무도 다행스러워."
"고마워...세상에 태어나줘서..."

 

"..................."

 

"이제 그만 웃고 나를 좀 바라봐~~~아."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말 좀 해봐."
"증말 그렇게 웃기만 할꺼야?"
"야.........너 열받게 정말 이럴래?"

 

 

대답조차 못하고 숨도 못쉬면서 웃던 그녀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입을 열었습니다.

 

"야. 너 이빨닦았지. 왜 갑자기 밥먹다말구 이빨을 닦냐?  너 뭔 생각하구 이빨을 닦은 거냐?  우하하하....."

"어?  이빨?   무슨 이빨을 닦어?"

"야....장난하냐?  이렇게 치약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어디서 뻥이야....."

"아냐.......그냥.......아무 생각없이.......그냥 화장실에 칫솔이 있길래..."

"누구껀지두 모르면서 아무 칫솔이나 쓰는 사람이 어디있냐?........캬캬캬캬........  너 솔직히 말해봐........왜 칫솔을 가지고 왔어?  왜 갖구왔어?    왜 갑자기 이빨을 닦았어?"

"아냐...그런거 아냐....얘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구 있어."

"그런게 아니라니..뭐가 아니란 말야?  솔직히 말해봐...너 나랑 뽀뽀할라구 가져왔지."

"아냐......아냐.......뽀뽀는 무슨.......아냐.......절대 아냐."

 

도망치듯이 건너편의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구 나서도 10분정도  미친듯이 웃어대던 그녀는 샴페인을 홀짝 마시더니
낚지볶음을 정신없이 먹어대더군요.
낚지볶음을 먹다가 갑자기 정신없이 웃고 그러다가 또 먹고 그러다가 또 웃고.......

 

 

나의 반달치 아르바이트월급과 3일간의 다리품이 투입된  첫 키스작전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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