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동자선바자....천양원에 다녀왔습니다. 

 

 

 

"라우동으로 좋은 일을 한다.........."  라우동 자선바자.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1월 말이었을 겁니다.

한 박스에 만원씩....저는 라우동을 내놓고 판매대금은 좋은 일에....

 

크게 기대를 걸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생각했던 것 보다도   호응이 너무 적어서 고민했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좋은 일에 쓰고 싶었었는데  12월 20일이 되도록 모인 돈은 14만원..........

 

하는 수 없이 게시판에 참여해달라는 호소를 올렸는데

그러자마자 쏟아지는 주문.....ㅜ.ㅜ

오늘까지 무려 45만원이나 모였습니다.

 

 

구청의 사회복지과를 통해서 고아원 한 곳을 소개받기는 했는데

혼자가기가 영 그렇더라구요.

사실 그동안에도 명절 때면 회사에서 시설아동이나 양로원등을 방문해서 성금을 전달하고는 했었었는데  여럿이는 가봤지만 혼자 가본 적은 없었거든요.

 

긴급히 주변의 친구들에게 동행을 부탁했습니다.

토요일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친구가 흔쾌히 나섰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지셨을 이름입니다.

핸들맨, 옥쥐, 그리구 옥쥐의 친구 한분까지....우리는 그녀를 용심이라 부름니다.

 

 

여러분들의 성의로 모은 45만원외에 따루 불고기 100인분(20Kg)를 준비해서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고아원 <천양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불고기를 준비했기 때문에 우리 넷은 우선 주방에 불고기를 가져다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고아원의 사무실로 가서 성금을 전달하고 와보니

벌써 옥쥐와 용심이 점심준비를 돕고 있었습니다.

 

별달리 어떻게 해 달라고 한 것도 없는데

도착하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가 팔을 걷어부치고 자원봉사아주머니들과 함께 식사준비에 나선 우리의 아줌씨들.....^^

저와 핸들맨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깻잎을 씻고 정리해서 깻잎찜을 만들고

핸들맨은 그 두꺼운 팔뚝으로 '벅벅...' 쌀을 씻고

게다가 '쌀뜬 물 그냥 버려요?'라며 살림에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핸들맨....

쌀뜬 물로 된장국끓이면 맛있는 건 어떻게 알아서.....^^

 

 

한 꼬마녀석의 안내방송과 함께 시작된 점심식사.

불고기, 시금치무침, 미역줄기초장무침, 꽁치조림, 콩나물무침, 시금치된장국......

 

너덧살 된 꼬마로부터 고등학생까지 많은 가족들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토요일.....머리가 좀 컸다는 녀석들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주로 취학전꼬마들과 국민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조금 큰 녀석들은 자기가 음식을 떠다가 스스로 먹었지만

학교도 안들어간 꼬맹이들은 식판에 음식을 떠다가 가져가서 먹여주어야 했습니다.

 

너무너무 귀여웠습니다.

생각외로 깔끔한 시설과 환한 웃음을 잃지 않은 아이들........

 

 

방을 구경하고 돌아가는데

뒤에서 꼬맹이들의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1층의 방은 구경오면서 왜 2층에 있는 자기들 방은 왜 오지 않는냐는 거였습니다.

 

"알았다.  지금 갈께."

그랬더니 꺄악 꺅거리며 좋아하면서  방을 치운답시구 우당탕 투당탕 하는 소리가 1층까지 들리더라구요.

방문을 열었더니 5살정도된 꼬마셋이서

율동을 하면서 "반갑습니다....반갑습니다...."하는 북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귀엽던지....아주 꽉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조금도 시설아동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너무도 밝고 명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픔의 흔적이 남아있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집에서 어떤 학대를 받았는지 머리카락이  거의다 밀린 채로 시설로 들어온 자매....

아직두 어른에 대한 공포심이 남아서인지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기만 하고......

안아줘도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안겨 있기만 하는 아이들.....

 

옥쥐와 용심은 아이들을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더군요.

 

둘다 그 자리에서 아이들과 결연후원을 맺었습니다.

각각 네구좌씩이나.....그리고 가끔 집으로 초청해서 밥도 해주고 놀아주겠다고....

맘씨 착한 옥쥐, 용심....설거지까지 도와주고 나서야 고아원을 나섰습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냥 돈이랑 선물을 전해주고는 돌아갔던 예전과는 너무도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런 감동은 느껴보지 못했었습니다.

 

감동......

감동이라기 보다는..........뭐라구 말할 수 없는 그런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떠 먹여줘도 투정을 부려서 엄마를 고생시키는 아이들......

말두 떠듬거리는 꼬맹이가  자기 식판을 스스로 치우는 모습들......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인사는커녕  반말을 내뱉는 아이들.....

우리 방에는 오지 않느냐며 너무도 굶주려온 잔정이 아쉬워 우리를 부르던 모습들.....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큰 눈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들....

 

자기가 먹은 것을 치우는 의젓한 모습.....

우리 관심을 끌기위해 앞에서 노래부르던 그 모습.....

자기방으로 돌아가면서 자꾸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던 모습....

 

어른스럽고 귀엽기도 했지만

뭔가 서글프고 안타깝고......그런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느낌이 자꾸 들었습니다.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느낌은 정말로 처음이었습니다.

우리 넷....모두 그런 감동과 안타까움이 뒤섞이 묘한 마음으로 고아원을 나섰습니다.

 

 

식사준비에 아이들과 놀아주기...거기에 후원까지 해준 친구들....

시간내줘서 고맙다는 제 말에

"아냐....도리어 이런 경험을 해줄 수 있게 해줘서 내가 고마워...."

라고 말하며 밝게 웃더군요.

 

 

정말로 마음속까지 따뜻해진 토요일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