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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맛있는 면의 물리적특성

냉동면

삼중면의 비밀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어떤 면이 맛있는 면이예요?"

 

밑도 끝도 없는 너무도 포괄적인 질문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간단하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방금 막 삶어놓은 면이 제일 맛있어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밥장사를 거쳐 국수공장을 하고있는 지금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바로 이것입니다.   손이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음식일수록 맛있다는 거죠.

 

밀가루를 정성껏 반죽한 다음 물수건으로 잘 싸서 아랫목에서 반나절정도 숙성합니다.  그리곤 홍두께로 세로, 가로로 번갈아 조금씩 늘립니다.  넙적한 중국요리칼로 숭숭 썰어서 펄펄 끓는 물에 잘 풀어가며 삶아냅니다.

 

이렇게 막 반죽해서, 막 뽑아서, 막 삶아낸 면...

아직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런 면...

무조건 그런 면이 제일 맛있습니다.

 

"그건 당연한거 아냐?"

"면을 일부러 불려서 먹는 경우도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는 미리 삶아놓았거나 혹은 익혀놓은 면을 먹는 사례가 많습니다.

 

결혼식장이나 포장마차에서 보면 그런 예가 많죠.  소면을 미리 삶아서 찬물에 헹궈 덩어리로 말아서 목판에 던져놓습니다.  그리고는 손님이 오시면 그 면을 뜨거운 국물에 설설 말아서 간단히 내는 거죠.   미리 삶아놓았던 면을 먹는... 제일 쉽고 대표적인 예죠. 라우동이나 농심생생우동, 고속도로휴게소우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제품들은 면을 삶아서 밀봉포장을 한 후 증기로 살균해서 만들어집니다.  당연히 미리 삶아 놓은 면제품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미리 삶아 놓은 덕분에 뜨거운 물을 붓거나 1~2분만 간단히 삶아서 먹을 수 있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인스탄트라면도 미리 익혀놓은 면의 하나입니다.   목적과 방향은 다르지만 라면의 제조공정 역시 익히는 공정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인스탄트라면은 면을 증기로 찌고 다시 기름으로 튀겨서 만듭니다.  튀겨서 익혀놓지 않았다면 "생"으로 먹을 수 있겠습니까?    기름에 튀긴데다가 워낙 바짝 말려놨기 때문에 먹기전에 4~5분을 다시 삶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익혀놓았다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지만 미리 익혀놓았던 면을 다시 삶아먹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면을 미리 삶았놓았다가 나중에 먹는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죠?

 

그렇다면 왜 면을 미리 삶아놓을까요?

막 삶아낸 면이 젤루 맛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미리 삶아놓은 제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다 아시다시피 간편성 때문입니다...^^

 

분식집에서 가락국수 하나 말아주는데 10~20분씩 꾸물거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고속도로휴게소같이 후다닥 먹고 가야하는 경우라면 언제 면을 삶고 헹구고 하고 있겠습니까?   편의점같은 곳에서 간단하게 우동을 먹는 것도 포기해야겠죠.

 

미리 삶아놓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이러한 불편을 없애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맛은 일부 포기하더라도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인 셈이죠.

 

제가 90년에 사업을 시작했으니까   밥장사부터 국수장사까지 12년째 먹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동안 확실하게 느낀 진리는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음식만이 맛있다는 것이었는데 麵에 있어서도  맛과 편리성은 철저하게 반비례적인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현대사회가 다원화되고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맛이나 건강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도 새로운 사회현상의 하나로서 나타나고 있지만 편리성에 대한 수요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약간 맛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간편하고 편리하다면 팔릴 수 있다는 거죠.  맛까지도 좋다면 금상첨화구요.

 

따라서 저같이 면을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장사꾼들의 목적은

다음의 둘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 미리 삶아놓기는 하되 맛이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

 

아니면

 

" 새로운 조리법이 없을까?  맛은 그대루 유지한채로 간편하고 새로운 조리법... "

 

 

하지만 중국인이 면이라는 것을 발명해낸 이후  수천년간 수백만가지의 면 요리법이 개발되어왔기 때문에 아마도 면에 관한 새로운 조리법이라는 것은 거의 없을 겁니다.

 

따라서 첫 번째 과제...

면을 미리 익혀놓음으로서 조리를 간편하게 하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 을 찾는 것이 식품회사들의 유일한 과제가 되는 셈입니다.

 

나름대로 그 방법을 찾아낸 사람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게 되었죠.   일본의 안도 모모푸쿠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50년대 말 소위 인스탄트라면이라는 것을 발명한 그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라면회사인 Nissin Foods의 창업자로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방금 삶은 면이 제일 맛있으므로 그 맛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또 삶아놓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임을 확인하면서...

본론으로 들어갈까 합니다.

 

 

지금부터

 

1. 방금 삶은 면이 왜 맛있는지 그 원인과 과학적근거를 생각해보고

2. 면을 맛있게 하는 그 원인과 근거를 응용해서 돈을 번 제품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3. 우동맨은 그 근거를 어떻게 응용해서 라우동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할까합니다.

 

 

그냥  라면의 조리법에만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재미없겠지만

지나치게 이론적이지 않고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쓰고 있기 때문에

그냥 그런대로 읽을만 할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실지도 모르죠.

이래뵈도 식품업체 최초의 벤처기업을 만들어준 바로 그런 발상이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글은 그냥 읽기만 하셨으면 합니다.

딴 곳으로 퍼가신다거나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시는 것은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회사기밀같은건 제가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공개할테니까 상관없겠지만

그래두 딴 곳으로 퍼가지는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