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면을 맛있다고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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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면의 물리적특성

삼중면의 비밀

맛있는 면의 물리적 특성

지난 번 서론에서는

간편성과 맛의 상반관계에 대해 말씀드렸었죠.

방금 막 삶아놓은 면이 좋기는 하지만

간편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는 미리 삶아놓아야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먼저 어떤 식감의 면이 맛있는 건지 생각해볼까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면을 맛있다고 하던가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쫄깃하고 탄력있는 면을 맛있다고들 합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O^

한국사람만 그런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한 취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스파게티는 쫄깃거리지 않고 떠꺽거리던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물론 파스타중에는 툭툭 끊어지는 식감의 것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다 그런 건 아니구요, 이태리사람들도 탄력이 있으면서 씹는 느낌이 살아있는 면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와 똑 같습니다.

(파스타는 impastare(반죽)이라는 이탈리아어에서 온 것으로 밀가루와 물의 혼합의 총칭이구요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일종인 셈이죠. 위의 사진도 파스타랍니다.....^^)

혹시 "Al Dente"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 단어를 알고 계신 정도라면 요리에 대해 일반인을 벗어난 매니아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실 것입니다. 서양인들은 맛있는 면을 말할때 바로 "Al Dente"한 면이라고 말합니다. 원래 dente가 이빨을 의미하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계시죠? (ex. dentist, dental) Al은 전치사구요. 이렇게 어원적으로는 "To the Tooth"를 의미하는 Al dente는 "Tender but still to the bite"의 의미로서 즉, 입안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tender) 씹으면 씹히는 맛이(bite)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면과 우동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느 일본에서는 소위 좋은 면빨을 얘기할 때, "고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면속에 심지같은 것이 박혀있는 것처럼 쫄깃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결국 세계 어느 나라의 사람이든 좋아하는 면의 식감은 비슷한 셈이죠.

면을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면발이 마치 애무라도 하듯 혀와 입안의 점막을 간지럽힙니다. 그러다가 씹으면 탱탱한 탄력이 이빨과 잇몸을 자극하는 그런 면을 좋아하는 거죠.

한마디로 면의 포인트는 쫄깃함과 부드러움입니다. 쫄깃함은 씹을 때 이빨과 턱으로 느끼는 감촉이고 부드러움은 입에 넣고 씹으면서 굴릴때 혀와 입안의 피부로 느껴지는 감촉입니다.

물론 쫄깃함도 다 똑같은 쫄깃함은 아닙니다.

우선 탱탱한 쫄깃함...

면에는 통통하면서 튈 것같은 탄력이 있습니다. 살짝 씹으면 그 탄력으로 말랑말랑하게 이빨을 밀어냅니다. 그 감촉이 너무 좋아서 몸에 전율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 말랑한 감촉속으로 이빨을 계속해서 밀어 넣으면 말랑말랑함이 끝나면서 면발이 툭하고 끊어집니다. 그 말랑말랑함과 툭하고 끊어지는 맛이 연속되는 그 쾌감이란...

조금 다른 쫄깃함으로는 쫀득쫀득이 있습니다.

이 쫀득쫀득은 면의 반정도까지는 통통한 쫄깃함보다 더 쉽고 부드럽게 이빨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면의 두께의 반쯤이 지날때면 갑자기 저항이 강해지면서 거센 탄력을 받게됩니다. 여기에서 힘을 더 주면 쫀~득하면서 면이 끊어지는 거죠.

이러한 두가지 쫄깃함중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 지는 개인적인 선호에 달린 문제지만 어쨋든 東西와 古今을 막론하고 대부분이 사람들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을 좋아합니다. 당연히 그런 면을 만들어야 돈을 벌 수 있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을 만들 수 있을까요?

요리사들은 이런 면을 만들기 위한 많은 노하우와 조리법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동의 예를 들면 밀가루는 호주산 중력분을 쓰는데 전분치는 몇 이하여야 하고 메시는 어느 정도여야 하며 또 반죽덩어리를 몇 도에서 몇 시간 숙성해야만 면의 탄력이 더 좋아지고 심지어 반죽할 때 식용유를 넣거나 혹은 삶는 물에 소금과 식초를 넣는 다거나 하는 나름대로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결국 재료와 조리법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고있는 거죠.

밀가루는 크게 전분과 단백질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중 단백질이 수분을 만나면 찰기를 가지는 성분으로 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분은 모래, 단백질은 시멘트라고 생각하시면 쉽겠네요. (물론 전분도 아미노펩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깊이 들어갈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간단히...^^)

그러다보니 면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글루텐을 보강하고 글리아딘을 어떻게 하며 조직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어쩌구... 저쩌구... 이런 쪽으로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연구원들이 연구를 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를 지속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초연구들은 면질의 개선에 필수적이고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에만 매달려서는 남들을 이겨낼 수가 없겠죠. 그래서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면이 쫄깃하려면 면의 재질이 쫄깃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재료에 대한 연구, 혹은 재료의 물성의 유지에 관한 연구가 가장 중요한 거구요. 하지만 여기서는 재질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관점에서 접근해보겠습니다. 별루 좋지 않은 원료를 이용하여 면을 만들었어도 방금 막 삶아냈을 때에는 그런대로 괜찮거든요. 반대로 최고급 원료를 뭉청뭉청 써서 만든 면도 시간이 오래지나면 맛이 없어지는 현상에 착안한 겁니다. 왜 서두에서 방금 삶아낸 면을 강조했는지 이제는 아시겠죠? ^^

그렇다면 방금 삶아낸 면은 맛있는데 시간만 조금 지나면 퍼지고 맛이 없어질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큰 원인의 하나는 바로 "면의 내외부간의 수분함유량의 차이"때문입니다.

면이 삶아지는 동안 면내부로 수분이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삶아지면서 면의 외부로부터 내부로 서서히 물이 스며들게 되는 거죠. 따라서 막 삶아놓은 면은 면의 외부와 내부의 수분함유량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면의 외부는 80~90%, 내부는 50~70%의 수분함유량을 지니게 됩니다.

한마디로 방금 삶아낸 면은 면의 외부와 내부에 수분 차이가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요리책에 보면 스파게티를 삶을 때 면을 잘라봐서 면의 가운데에 바늘끝같은 심이 남아있을때까지만 삶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면의 중심부에 심이 남아있다는 것은 면의 가운데 중심과 면의 표면의 수분함유량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사람들은 "고시"가 있는 면이 맛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도 결국 면의 중심부와 외부가 달라야 한다는 거죠.

면이 내외부의 수분함유량의 차이가 무척 중요한 요소임이 이해가 되시죠?

그렇다면 면의 내외부간의 수분함유량의 차이가 어떤 효과를 나타낼까요?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수분함유량이 높으면 재질이 부드럽게 느껴질테고

수분함유량이 낮으면 재질이 딱딱하게 느껴질 것이 분명합니다.

면을 입안에 넣으면 먼저 수분함유량이 높은 면의 외부가 입안에 닿으면서 부드럽게 느껴지겠죠?

그리고 이것을 씹으면 이빨이 부드러운 면의 외부에서 딱딱한 내부로 파고들면서 저항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를 쫄깃한 식감의 하나로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tender but still to the bite"인거죠. 즉 면의 내,외부의 수분함유량의 차이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즉 Al Dente한 식감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Al dente한 상태는 그리 오래 지속되질 않습니다.

수분은 가만히 있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죠.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면의 내외부간에 수분함유량이 같아지고 마는 것입니다. 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0분이면 수분이동이 일어나서 면의 내외부의 수분함유량이 같아지게 되고 거기에 공기에 면이 노출되면서 면이 불어버리고 급격히 노화되는 것입니다. 특히 라면의 경우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면의 표면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나기 때문에 다른 면에 비해 휠씬 쉽게 불어버리는 것입니다.

이젠 방금 막 삶아낸 면이 맛있는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면의 내외부의 수분함유량의 차이가 극명해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는데 삶은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면의 내외부간에 수분이 이동하고 결국 면의 내외부간의 수분함유량의 차이가 없어지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수분의 이동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일에 면의 내외부간에 수분이 이동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간편성을 위해서 미리 삶아놨는데도 수분이 이동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언제 먹어도 항상 막 삶아낸 면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컵라면인데 맛은 분식집에서 막 끓여낸 떡라면의 맛이 난다는 말이 되는 거죠. 용기에 들은 용기우동인데 맛은 고급우동전문점의 맛을 낼 수 있는 거구요. 그 방법을 고안해내는 사람은 분명히 세계적인 재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면류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런 제품이 실제로 있습니다.

면의 내외부간에 수분이 이동하지 못하게 막은 제품이 있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