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술로 지냈다.

똥물이 넘어올 정도로 다 토해내고나면 다시 술을 마셨다.

누구도 원망할 사람이 없었다.

모두 내 탓이었다.

나의 자만과 나의 방종으로 온 가족을 어려움에 빠뜨렸던 것이다.

 

자식을 믿으셨다는 잘못하나로 평생을 일궈놓으신 것을 모두 잃게 되신 아버지, 어머니,

못난 형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쳐볼 기회마저 박탈당한 동생들.

젊은 사장에게 미래를 걸어본다며 매일같이 밤늦도록 고생하던 직원들....

그들의 모든 희망과 행복을 내가 박살을 낸 것이다.

 

채권자들이 공장에 쳐 들어와서 온갖 행패를 부렸다.

한번은 채권자중 한 명이 묵직한 전통찻잔을 내 얼굴을 향해 던졌다.

운이 좋았던지 머리를 스치면서 비켜서 어깨에 맞았다.

차라리 머리에 맞고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채권자는 집으로 무작정 쳐들어왔다.

놀라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간신히 그를 달래서 아파트단지근처의 포장마차로 데리고 나갔다.

나는 포장마차에서 무릎을 꿇고 다시 한번 재기할 수 있도록 믿어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는 신고 있던 슬리퍼로 내 빰을 툭툭치면서 비아냥거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살이라는 것을 생각해봤다.

정말로 이 끔찍한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자살하는 중소기업사장들의 심정이 뼈속까지 시리도록 느껴졌다.

한번은 4층에 있는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는 바람을 쐬려고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난간에서 걸터 앉아 까마득한 저 아래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1초면 되는데....... 그러면 이 모든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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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후로 한동안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일종의 고소공포증에 걸렸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견디기 어려우셨을텐데도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도리어 나를 격려해주신 아버지.....어머니.....

한번은 아버지의 안경에 기스가 난 걸 보고 왠 일이냐고 여쭤봤더니

정신이 멍해서 그냥 걷다가 쓰러지셨단다.

젊은이들도 따라오지 못하는 건강함을 자랑하시던 분이

걷다가 그냥 푹 쓰러지셨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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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렇게 고통을 받으시면서도

'열심히 하다가 그렇게 된건데 나는 괜찮다' 라시며 도리어 나를 위로해주셨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집에서도 쫒겨나서 길거리로 내팽겨쳐질 상황인데도

항상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위로해주셨다.

 

살아야 했다.

살아내야 했다.